지금까지 다룬 세 종목(삼성전자·한화에어로·삼성바이오)은 모두 ‘성장 기대’로 오르는 주식이었습니다. 이번엔 정반대 성격이에요. KB금융은 성장보다 ‘싸다’와 ‘배당’으로 이야기하는 가치주입니다. 핵심 숫자 하나로 시작하죠 — 현재 PBR이 0.93배입니다.
PBR은 주가가 회사의 순자산(장부가치) 대비 몇 배인지를 봅니다. 1배 미만이라는 건, 이론상 회사를 지금 청산해서 자산을 나눠도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돈이 나온다는 뜻이에요. KB금융뿐 아니라 한국 은행주 대부분이 오랫동안 PBR 1을 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PER도 약 10배로 시장 평균보다 낮고, 배당수익률은 2.5% 수준입니다. 전형적인 ‘저평가 + 배당’ 프로필이죠.
싼 데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KB금융은 그 저평가를 스스로 지우려 하고 있어요.
첫째, 실적이 사상 최대입니다. 2026년 상반기 순이익이 3조 8,846억 원(전년 대비 +13.1%), 2분기만 1조 9,922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고, 비은행 기여도가 44%까지 올라 이익의 질도 좋아졌습니다(DART 공시 기준, KB금융지주 corp_code 00688996). 이에 증권가는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렸습니다.
둘째, 주주환원(밸류업)입니다. 2026년 자사주 1,426만 주(약 2.3조 원)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는데 이는 업계 최대 규모이고, 분기 배당도 주당 1,143원(+25.3%)으로 늘렸습니다. 연간 총 주주환원은 약 3.7조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식 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올라가고, 배당이 늘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집니다 — 저PBR을 끌어올리는 정공법이죠.
강세론: “사상 최대 실적 + 업계 최대 자사주 소각 + 배당 확대로, 오래된 저평가가 드디어 해소된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도 순풍이다. 증권가 목표주가(약 20.5만, +21%)가 그 재평가 여력을 보여준다.”
신중론: “은행이 PBR 1을 못 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장성이 제한적이고, 이익이 금리·부동산·경기·대손충당금에 민감하다. ROE가 10% 안팎에 머무는 한 PBR 1 부근이 오히려 적정일 수 있다. 밸류업은 좋지만 그것만으로 은행의 구조적 한계가 사라지진 않는다.”
핵심 충돌 지점: 같은 PBR 0.93배를 한쪽은 “곧 지워질 저평가”로, 다른 쪽은 “이유 있는 할인”으로 읽습니다.
이론적으로 은행의 적정 PBR은 ROE에 연동됩니다. ROE가 자본비용을 넘으면 PBR 1 이상이 정당화되고, 못 넘으면 1 미만이 정상입니다. KB금융의 ROE는 약 10%로 경계선에 있어요. 그래서 이 종목의 재평가 여부는 결국 “밸류업(자사주 소각·배당)으로 ROE와 주주환원율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렸습니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에 목표 PBR 1.12~1.25배를 적용하는 것도 “밸류업이 통하면 1배를 넘긴다”는 가정입니다.
두 가지를 짚겠습니다.
첫째, 사실과 기대를 나눕니다. 검증된 사실은 “사상 최대 실적, 업계 최대 규모 자사주 소각, 배당 증가”입니다. 여기까지는 명확한 주주환원의 실체가 있어요. 반면 “그래서 PBR이 1을 넘어 재평가된다”는 아직 예측이고, 은행업 특성상 금리·경기가 꺾이면 이익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둘째, 가치·배당주는 다른 잣대로 봅니다. 성장주가 ‘얼마나 더 클까’라면, 이런 종목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벌어 주주에게 돌려주나’가 핵심입니다. 하락장에서 배당과 낮은 밸류가 방어막이 되기도 하죠. 체크포인트는 화려한 목표주가가 아니라 NIM(순이자마진), CET1(자본비율), 연체율, 그리고 자사주 소각·배당의 지속성입니다. 배당수익률 2.5%와 3.7조 원 주주환원이 계속되는지가 이 스토리의 진짜 시험대입니다.
정리하면 KB금융은 ‘오래된 저평가’와 ‘밸류업이라는 해소 시도’가 맞서는 자리에 있습니다. PBR 0.93이라는 숫자 하나에 담긴 두 해석 — 기회와 함정 — 을 함께 보는 것이, 성장주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식을 읽는 연습이 됩니다.
참고 자료: 2분기 순익 2조·주주환원 3.7조 (머니투데이) · 역대 최대 실적·목표주가 상향 (조세일보) · 자사주 1,426만주 소각·배당 (CBC뉴스) · 기업개황: DART 전자공시(KB금융, corp_code 00688996)